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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제 8 호 분필에서 터치펜으로

  • 작성일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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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92
정지은

정지은 정기자 


 

  어린 시절의 교실을 떠올려 보면, 녹색 칠판과 흩날리는 분필가루, 선생님이 교탁 앞에 서 수업을 이끄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선생님의 목소리에 맞춰 종이 교과서를 한 장씩 넘기며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렇듯 과거의 교실은 선생님 주도 하의 일방적인 학습 공간이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교실의 환경은 세월이 흘러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며 새로운 학습 환경으로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1995년 정부의 교육 개혁 이후, 교실의 모습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컴퓨터 교육 및 교구의 도입으로 '칠판 없는 교실이 만들어졌고, 교실의 상징이었던 전통적인 녹색칠판은 전자칠판과 컴퓨터 모니터로 대체되었다. 학생들이 디지털 자료를 활용해 수업에 참여하는 더욱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수업을 이끌던 방식에서 차츰 벗어나, 교사와 학생 간의 양방향 상호작용을 가능케 했다. 

 

  최근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은 이러한 교실 환경 변화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기존의 종이 교과서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형태로 학습 자료의 영역을 확대한다. 이는 텍스트 뿐만 아니라 동영상, 애니메이션, 상호작용 퀴즈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포함하여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고 학습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교과서는 개인 맞춤형 학습 경로를 제시하여 학생들의 자기 주도 학습을 돕는다. 이를 통해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학업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기 주도 학습을 강화하고, 교실을 학생 중심의 학습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데 기여함이 기대되는 바이다.

  물론현재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에는 해결해야  과제도 존재한다청소년기의 디지털 기기 과의존으로 지나치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인지 발달을 저해하고 심리적 문제를 야기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이다특히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며 사고력을 키우고 사회성을 배양해야 하는 시기에 디지털 학습은 이러한 발달 과정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교과서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예시 교과서: 동아출판(주) 중학교 과학 1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일부 학년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을 밝히며 한 걸음 더 변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디지털 교육의 부작용을 경험한 후 전통적인 교육 방식으로 회귀하는 사례도 있다. 스웨덴은 2017년 이미 유치원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으나, 유아의 읽기·쓰기 능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보고되었다. 이후 6세 이하의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을 완전히 중단하고, 종이책과 손글씨 학습 강화를 위해 823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국제읽기문해력연구(PIRLS)는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며, 스웨덴 초등학생들의 읽기 능력 점수가 2016년 555점에서 2021년 544점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바로 스웨덴 교육 당국이 전통적인 방식을 강화한 이유이다.

  프랑스와 캐나다 역시 학교 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며, 교내에선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디지털 쉼표' 정책을 실시하였고 학교에서 필기체 쓰기 수업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준 높은 공교육으로 유명한 핀란드도 10여 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디지털 교실'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집중력을 해치면서 오히려 전국적인 학습 성과가 서서히 떨어진다고 판단하였고 수업 시간에 모든 개인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디지털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며, 전통적 학습 방식의 가치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교과서는 교실 환경 변화의 한 축으로서, 학생 중심의 학습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고등학교 시절 반 아이들이 한 명씩 아이패드를 들고 필기하고, 수업에 참여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변화가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으며, 전통적 학습 방식의 가치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사의 따뜻한 피드백과 같은 학생과의 상호작용 및 단체 활동 등은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사고와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의 교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디지털 매체 교육과 학생 정서 관리를 위한 교사와 학부모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와 정부는 디지털 교과서 보급을 위한 예산 지원과 기술 인프라 개선에 집중해야 하며, 디지털 학습의 과도한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 학생의 화면 사용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디지털 기기와 전통적 학습 방식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효과적인 수업 설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교실 환경 변화는 학생 중심의 창의적 학습 환경으로의 발전으로서 작용해야 하며, 디지털 기술은 교사의 역할을 보완할 뿐 대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여전히 교육은 '함께'라는 단어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인간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이러한 노력과 발전은 분명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참고문헌

김한영, <내년 디지털교과서 도입 앞두고 구제척 지침 없어 수업 준비 차질>, 노컷뉴스, 2024.10.15

https://www.nocutnews.co.kr/news/6227876?utm_source=naver&utm_medium=article&utm_campaign=20241015062749

안경준, <AI 교과서로 수업?… "인터넷 중독만 키울라" 찬반 팽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계일보, 2024.10.30.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029515825?OutUrl=naver
박정우, <해외도 ‘실패’ AI 교과서…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일요서울, 2024.10.31.

https://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4581

김성웅, <초중고에 AI 디지털기기 400만여대 보급되는데 관리 인력은 고작 823명

>, 뉴데일리경제, 2024.10.23.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4/10/23/20241023000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