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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44 호 소소한 활력소가 되는 인터넷 밈, ‘Chill’하게 살아보자

  • 작성일 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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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77
신범상

  ‘Chill guy’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Chill guy는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한 밈의 하나이다. 밈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퍼져나가는 여러 문화의 유행과 파생·모방의 경향, 또는 그러한 창작물이나 작품의 요소를 총칭하는 말이다. 다양한 밈의 유행을 통해 그 역사와 함께 chill 하게 사는 삶을 살펴본다.


새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Chill guy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의 복제 단위’라는 의미를 가진 밈(meme) 개념이 처음 정의되었으나,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밈은 ‘유행’ 정도의 의미로 다르게 발전했다. 2000년대 초반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밈의 확산을 가속화했고, SNS가 대유행하며 음악, 챌린지 등 다양한 형태의 밈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유행했던 밈의 예시로는 야인시대의 대사 ‘사딸라(4달러)’,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시민 인터뷰를 하다 유행하게 된 ‘무야호’, 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쓴다며 유행했던 ‘급식체(ㅇㅈ하는 부분?, 어 인정 등)’ 등이 있다.


  Chill guy는 필립 뱅커스라는 예술가가 만든 캐릭터에서 시작되었다. 청바지와 스웨터를 입고 캔버스 운동화를 신은 개의 모습을 했는데, 어떤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약간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필립 뱅커스가 처음에 Chill guy를 대중들에게 소개했을 때는 인기가 많지 않았으나, 틱톡(TikTok)에서 이 Chill guy 캐릭터를 다양한 상황에 대입시키면서 유행이 시작됐다.


▲필립 뱅커스가 자신의 X에 올린 Chill guy 이미지(출처: https://x.com/PhillipBankss/status/1709421400686010418)


Chill guy, 본래의 뜻을 넘어버린 유행


  Cool(멋진, 끝내주는) 하고 Laid-back(느긋한) 한 성격을 영어 속어로 그냥 chill이라 간단히 말한다. 쉽게 말해 chill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느긋하고, 여유 있는, 성격이 좋아 보이는 사람한테 사용하는 말이다. Chill guy는 단순하게 ‘여유롭고 차분한 남자’라는 뜻을 가진다. Chill guy가 쓰인 가장 유명한 예시로는 “When people ask you why you left for 7 months but you were low-key busy being a Chill Guy(사람들이 어째서 7개월이나 연락이 끊겼냐고 당신에게 물어보지만, 사실 조용히 Chill guy처럼 보내고 있었을 뿐일 때.)”가 있다.


  처음 Chill guy가 하나의 단어로 쓰였지만, 엄청나게 유행하면서, guy는 빠지고 chill만 다른 단어와 함께 사용하며 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chill 하다’ 처럼 본래의 뜻인 여유롭고 차분하다는 의미가 그대로 계승해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너무 유명세를 치른 나머지 단순히 chill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밈이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chill chill 맞은 사람’ , ‘나이는 십 chill 세입니다.’와 같이 본래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저 chill의 발음과 같은 ‘칠’이 사용되는 자리에 chill을 넣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가장 많이 SNS에 올라오는 ‘chill 밈’은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잠시 쉬어가자는, 힘든 현대인에게 필요한 위로를 담고 있다.


현대인들을 웃게 만든 또 다른 밈


  ‘햄부기햄북~’이라는 밈 또한 SNS에서 종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밈의 전체 문장은 ‘햄부기햄북 햄북어 햄북스딱스 함부르크 햄부가우가 햄비기 햄부거 햄부가티 햄부기온앤온을 차려오거라’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이 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단지 재미와 리듬감으로 유행하게 되었다. 이 문장을 진지한 사극 연기 톤으로 읽으면 우울과 무기력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말들이 SNS 상에 퍼지면서 인기를 얻었다. 어이없는 내용이 의외의 기분 전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특징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MZ들을 웃게 하는 또 하나의 밈이 되었다.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던 ‘원영적 사고’, 일명 ‘럭키비키’도 위에서 설명한 밈들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원영적 사고’는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제가 사려는 빵이 바로 앞에서 매진이 돼서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럭키비키잖아”라는 말을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즉 초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뜻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을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벌어지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이 밈은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먼저 떠올려 기분을 나아지게 만드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Chill’하게 살아보는 것


  “인생 별거 없어. Chill 하게 가자”라는 말처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대학생인 우리는 시험, 과제, 취업 준비 등 끝없이 쌓이는 일들에 쫓기다 보면, 가끔은 ‘Chill’하게 살아가는 법을 잊고 지나치기도 한다. 자유와 기회가 가득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도전과 경쟁이 존재하는 시기이기에 여유롭게 사는 것을 회피하기도 한다.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좀 더 가볍게 즐기는 법을 배워보자.


  ‘Chill’하게 살아보는 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대학생인 우리는 “시험을 망쳤지만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오늘 잠을 잘 못 자서 힘들지만 커피 한 잔 마시고 힘내보자”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살면 된다. 스스로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다 보면 일상의 여유를 잊을 수밖에 없다. 대학 생활은 실패와 실수도 많고, 때론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것도 우리가 삶을 배워나가는 과정 중 하나이다. 시험을 망쳤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어떤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지나치게 스트레스받지 말자. 자신만의 속도를 존중해 천천히 걸어나가는 ‘Chill’한 삶을 살다 보면 언젠간 더 나아진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시험 준비나 과제로 마음이 바빠지겠지만 이번 학기에는 너무 급하게 달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되, 그 과정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Chill’하게 살아보자. 굳이 너무 빠르게 달려서 이 소중한 청춘을 날려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은 충분히 우리 편이다.



이윤진 기자, 오도연 기자